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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수로 패한 선수들_프리 저널리스트, 문화칼럼니스트 강진우 <국민체육진흥공단 매거진-KSPO매거진>스포츠 깜짝칼럼-천만에
    카테고리 없음 2021. 12. 11. 00:54

    어이없는 실수로 허무하게 패한 선수들

     

    승부를 가르는 아주 중요한 순간 어이없는 실수로 패한 선수들이 있다. 승부처에서 아쉬운 판단으로 일을 그르쳤지만 우리에게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전달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부터 그 사정을 하나씩 알아보자.

     

    승패를 바꾼 치명적인 실수 가슴의 대명사라는 수치스러운 별명을 가진 선수가 있다. 미국의 사격선수 매튜 에먼스다. 사람들이 너무 심한 별명을 지은 게 아닌가 싶지만 사정을 듣고 보면 아쉽게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50m 소총 3자세 결선에서 마지막 한방을 쏘기 직전까지 선두에 머물렀다. 2위와의 점수차는 3점. 사격 한 발의 만점이 10.9점인 점을 감안하면 7.8점을 쏴야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사격의 치명적인 실수 때문에 에몬스는 순식간에 꼴찌로 밀려났다. 긴장한 나머지 옆 선수의 표적을 향해 사격한 것이다. 결국 우승은 2위였던 중국 선수에게 돌아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옆 표적을 잘못 쏴 한 발이 10.6점이었다는 점이다. 에몬스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3.3점을 앞서다 마지막 발에서 4.4점을 받으며 4위로 추락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마지막 한 방인 7.6점으로 은메달로 동메달에 떨어졌다. 이런 이력 때문에 마지막 한순간에 무너지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 에몬스 징크스까지 생겼다니 안타까운 일이다.당대 최고의 축구스타가 역대 최악의 실축을 범한 경우도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 출전한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조는 준결승까지 5골을 넣으며 에이스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남은 경기는 브라질과의 결승전. 정상급인 두 팀이 맞붙은 만큼 경기는 매우 치열했고 연장전이 끝날 때까지 양 팀 모두 골을 넣지 못해 승부차기로 우승 팀이 가려지게 됐다. 양 팀의 첫 번째 주자가 모두 골을 넣지 못했고 이후 두 골을 함께 넣었다. 그리고 브라질의 네 번째 선수인 주장 둥가가 골을 성공시켰다. 이탈리아에서는 네 번째 선수로 바조가 나왔다. 반드시 골을 넣어야 했고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가 찬 공은 어이없이 골문을 크게 벗어났고 결국 우승컵을 브라질에 헌납하고 말았다.

     

    경기에조차 나서지 못한 우승후보들이 보면 끝까지 경기를 치른 에몬스와 바조는 운이 좋은지도 모른다. 이제 소개할 선수들은 납득하기 힘든 실수로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남자 육상 100m 종목은 예나 지금이나 여름 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는 소련의 발레리 보르조프가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련 선수로는 처음이자 유일무이한 성과였지만 그 뒤에는 세기의 지각 사태가 있었다. 뮌헨 올림픽의 강력한 우승 후보는 공동으로 100m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의 에디 하트와 레이 로빈슨이었다. 두 선수는 당연히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 하지만 8강전에선 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경기 시간을 착각해 트랙에 오르지 못한 것. 당시 미국 육상대표팀 코치였던 스탠라이트는 8강전 경기 시간 16시 15분을 6시 15분으로 잘못 보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뒤늦게 제대로 된 경기시간을 안 두 선수는 헐떡이며 경기장으로 향했지만 경기는 이미 끝난 뒤였다. 그 덕분에(?) 보르조프는 세계기록보다 0.24초나 늦은 10.14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또 번개 육상계의 전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도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의 일이다. 당시 볼트는 세계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실력대로라면 그의 남자 육상 100m 우승이 확실했다. 하지만 1년 전 강화된 부정 출발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0년까지는 첫 번째 부정 출발을 봐줬지만 일부 선수가 이를 악용해 다른 선수의 경기 리듬을 흐트러뜨리는 사례가 종종 일어났다. 이를 막기 위해 2011년부터 첫 번째 부정 출발을 한 선수도 실격 처리하기로 했지만 하필 볼트가 부정 출발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 탈락하게 된 것. 당시 볼트의 질주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한국 국민은 탄성을 자아냈다.모든 운동선수는 세계무대를 꿈꾸며 메달을 걸기 위해 땀을 흘린다. 하지만 기본기와 마음가짐이 확고하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저_강진우(자유기고가,문화칼럼니스트)게재_국민체육진흥공단매거진 <KSPO매거진> 2021년 4월호(3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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